가톨릭/말씀(독서와 복음)

[전문 번역] 교황 프란치스코 선종 전 마지막 부활절 강론 (2025년 4월 20일 / 아드리아나 차리 시 포함)

희망의 순례 2025. 4. 2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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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0일, 교황 프란치스코는 자신의 마지막 부활절 주일을 맞아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건강이 악화된 가운데 직접 낭독하지 못하고,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독한 이 강론은 '희망'과 '부활의 새로움'을 주제로 교황의 영적 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이 강론의 말미에는 이탈리아 시인 아드리아나 차리의 시 "Quasi una preghiera(거의 하나의 기도)" 를 인용하여, 부활의 의미를 시적인 언어로 담담히 풀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강론 전체와 인용된 시의 전문을 한국어로 온전히 번역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조용히 마음을 열고, 교황의 마지막 부활절 메시지를 함께 묵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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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주일 – 낮 미사
교황 프란치스코 강론 (추기경 안젤로 코마스트리가 대독)
2025년 4월 20일, 성 베드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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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라 마리아는 무덤의 돌이 굴려진 것을 보고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가 알렸습니다.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두 제자 역시 달려 나갔습니다. 복음서에 따르면 “두 사람이 함께 달렸다”고 되어 있습니다(요한 20,4). 부활 이야기의 중심 인물들은 모두 달리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달림’은 주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걱정을 표현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막달라 마리아와 베드로, 요한의 그 다급함은 그들의 마음 깊은 갈망, 즉 예수님을 찾고자 하는 내면의 자세를 나타냅니다. 그분은 실제로 죽음에서 부활하셨고, 무덤 안에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의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고, 살아계십니다! 그분은 더 이상 죽음의 포로가 아니시며, 수의에 싸여 계시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분을 전설 속 인물이나 박물관의 조각상처럼 여길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분을 찾아야 하며,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행동해야 하며, 예수님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형제자매들의 얼굴 속에서,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무덤이 아닌 곳에서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그분을 찾아야 합니다.

그분이 참으로 부활하셨다면, 그분은 어디에나 계시고 우리 가운데 거하십니다. 오늘날에도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의 삶 속 가장 평범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그분은 자신을 숨기기도 하시고 드러내시기도 합니다. 그분은 살아계시며, 고통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으시고, 우리 각자가 행하는 작은 사랑의 행동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더해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부활 신앙은 단순한 ‘종교적 위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활은 우리를 행동으로 이끕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제자들처럼 달려가게 만듭니다. ‘저 너머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라고 요청합니다. 살아계신 예수님을, 오늘도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인식하도록, 놀라움을 통해 그분과 만나게 하십니다. 마리아처럼 우리는 매일 주님을 잃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또한 매일 주님을 다시 찾으러 달려갈 수 있으며, 그분은 반드시 우리를 만나 주시고 부활의 빛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것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희망입니다:

우리는 이 가난하고, 연약하며, 상처 입은 삶을 그리스도께 의지하여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분은 죽음을 이기셨고, 우리의 어둠을 이기시며, 세상의 그림자를 이기셔서 우리와 함께 기쁨 속에 영원히 살아가게 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달려가는 목표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했듯이, 우리는 ‘뒤에 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힘껏 나아가며’(필리 3,12-14), 그리스도를 향해 달려가는 것입니다.

희년은 우리 안의 희망의 선물을 새롭게 하라고 초대합니다.

우리의 고통과 걱정을 희망 안에 맡기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 희망을 나누며, 인류와 우리 미래를 희망에 맡기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덧없는 것에 만족할 수 없으며, 슬픔에 굴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쁨으로 달려야 합니다. 예수님께 달려갑시다. 그분의 벗이 되는 이 놀라운 은총을 다시 발견합시다. 그분의 생명과 진리의 말씀이 우리 삶 속에 빛나게 합시다.

위대한 신학자 앙리 드 뤼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독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이 한 가지면 충분하다: 기독교는 곧 그리스도다. 아니, 진정으로, 이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스도 안에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Les responsabilités doctrinales des catholiques dans le monde d'aujourd'hui, 2010, p. 276)

그리고 이 ‘모든 것’이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삶을 희망으로 열어주십니다.
그분은 살아계시며, 오늘도 우리 삶을 새롭게 하기를 원하십니다. 죄와 죽음을 이기신 주님께, 우리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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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이 축일에 저희도 새롭게 변화시켜주시어, 이 영원한 새로움을 경험하게 하소서.
하느님, 습관과 피로와 무관심의 슬픈 먼지를 씻어주시고,
매일 아침을 경이로움으로 맞이할 기쁨을 주소서.
세상의 새로운 빛깔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소서.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주님, 아무것도 예전과 같지 않으며,
아무것도 반복되지 않고,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새롭게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는 생명입니다.
이것은 세상의 파스카,
무(無)에서 생명으로의 지나감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을 찬미합니다, 생명의 주님이시여.
당신과 함께 모든 것이 다시 태어나고,
당신의 빛 안에서 모든 것이 부활합니다.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주님, 아무것도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아드리아나 차리, Quasi una preghi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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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 여러분, 부활 신앙의 경이로움 안에서, 평화와 해방을 향한 모든 기대를 마음에 담고 이렇게 고백합시다:
주님, 당신과 함께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당신과 함께,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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