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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인 이야기

성녀 헬레나: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와 참된 십자가 발견 이야기

by 희망의 순례 2025.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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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헬레나: 황제의 어머니이자 신앙의 순례자




우리가 역사를 떠올릴 때, 흔히 콘스탄티누스 대제를 먼저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위대한 황제의 뒤에는 더 큰 신앙의 흔적을 남긴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황제의 어머니, 성녀 헬레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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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과 젊은 시절

콘스탄티누스 대제(Constantinus I)의 어머니인 성녀 헬레나(Helena)는 250년경 소아시아 북서부 비티니아(Bithynia) 지방의 드레파눔(Drepanum)에서 태어났습니다.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오(Ambrosius) 주교의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여관 주인의 딸이었습니다.

270년경, 헬레나는 훗날 황제가 되는 로마 장군 콘스탄티우스 1세(Constantius I)를 만나 현격한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했고, 280년경 나이수스(Naissus)에서 외아들 콘스탄티누스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289년, 콘스탄티우스는 정치적 이유로 헬레나와 이혼하고 막시미아누스 황제의 의붓딸 테오도라(Theodora)와 재혼했습니다.

버림받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던 헬레나는 이 시기에 박해받던 그리스도교를 알게 되었고, 신앙을 향한 마음을 키워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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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어머니로

306년 콘스탄티우스 1세가 영국 요크(York)에서 사망하자, 아들 콘스탄티누스가 황제로 즉위했습니다. 그는 곧 어머니를 독일 트리어(Trier)의 황궁으로 모셔와 그녀에게 ‘아우구스타’(Augusta)라는 칭호를 주었고, 그녀의 초상이 새겨진 동전을 주조했습니다.

312년, 콘스탄티누스는 밀비오(Milvio) 다리 전투에서 승리하며 로마에 입성했고, 어머니 헬레나를 설득해 세례를 받게 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신앙생활에 전념했고, 아들의 통치를 통해 교회가 자유롭게 신앙을 펼칠 수 있는 길이 열리도록 큰 힘이 되었습니다. 313년 반포된 밀라노 칙령은 로마 제국 내에서 그리스도교를 인정하고, 신자들을 석방하며 교회 재산을 반환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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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여정과 교회 건축

326년, 맏손자와 며느리의 죽음이라는 큰 비극을 겪은 후에도 성녀 헬레나는 오히려 신앙에 더 깊이 헌신했습니다. 교회사가 에우세비우스(Eusebius)에 따르면 그녀는 “왕 중의 왕이신 하느님께 충성과 신앙을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팔레스티나로 순례를 떠난 헬레나는 가난한 이들을 돕고 교회 건축을 후원했습니다. 그녀는 구세주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수많은 성당을 세웠습니다.

베들레헴의 주님 탄생 기념 성당

올리브 산의 주님의 기도 성당

예루살렘 골고타 언덕의 성묘 성당(Sacrum Sepulchrum)


이 성당들은 오늘날까지도 신앙의 중심이 되어 수많은 순례자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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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십자가의 발견

성녀 헬레나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바로 예수님의 참된 십자가 발견입니다.

전승에 따르면, 성묘 성당 건립 과정에서 여러 개의 십자가가 발굴되었습니다. 어느 것이 주님의 십자가인지 알 수 없자, 한 젊은이의 시신을 각각의 십자가 위에 올려놓았는데, 세 번째 십자가에 올려놓는 순간 그가 다시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참된 십자가가 밝혀지자, 헬레나는 이를 셋으로 나누어

하나는 콘스탄티노플의 황제에게 보내고,

하나는 예루살렘 주교 성 마카리오(Macarius)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로마로 가져왔다고 전해집니다.


이로 인해 십자가는 교회 역사 속에서 죽음의 도구가 아닌 구원의 상징으로 더욱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성녀 헬레나의 상징은 바로 십자가이며, 교회 미술에서도 종종 왕관을 쓰고 성당 모형이나 십자가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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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과 기념

성녀 헬레나는 329년경 8월 18일 니코메디아(Nicomedia, 오늘날 튀르키예의 이즈미트)에서 선종했습니다. 그녀는 처음 로마 라비카나 가도(Via Labicana)의 무덤에 안장되었다가 훗날 콘스탄티노플 사도 교회의 황실 납골당으로 옮겨졌습니다.

옛 로마 순교록은 그녀를 “교회를 보호하고 확장하는 모범을 보인 최초의 인물”이라 기록합니다.

개정된 **로마 순교록(2001, 2004 수정판)**은 그녀를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 헌신하고, 예루살렘을 순례하며 합당한 성당들을 건축한 인물”이라 전합니다.

가톨릭교회는 매년 8월 18일 그녀를 기념(축일로 지정)하고, 동방 정교회는 5월 21일 콘스탄티누스와 함께 축일을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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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교훈

성녀 헬레나의 삶은 단순히 황제의 어머니라는 지위 때문이 아니라, 신앙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한 삶 때문에 빛납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낮은 자리에서도 하느님은 큰 일을 이루신다.

고난과 상실 속에서도 신앙의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세상의 권력보다 하느님의 표징(십자가)을 붙드는 것이 더 귀하다.


혹시 우리 삶 속에서 잃어버린 신앙의 열정이나 기도의 힘이 있다면, 성녀 헬레나처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청해 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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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성녀 헬레나는 역사의 한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곁에서 믿음의 길을 비추어주는 성인입니다. 그녀의 순례와 발견, 그리고 믿음의 행적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큰 울림을 줍니다.

🙏 성녀 헬레나,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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